기능성 신발의 지향점, 맨발

신발의 용도가 빠른 속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신발은 그저 운동화와 구두정도면 족했는 데, 이제는 등산화, 런닝화, 워킹화, 정장용등 종류가 많아졌다.

종류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등산화도 중등산화, 경등산화, 트레킹화가 있고, 정장용도 그저 까만색 한 켤레에 불과하던 것이 이제는 양복의 색상과 분위기에 따라 2-3켤레는 보통이 되었다. 이렇게 다양화해가는 신발의 기능성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점은 바로 ‘맨발’과 같은 편안함과 건강성이다. 고급재료를 썼다는 것 자체가 광고의 포인트로 하고, 그를 이유로 고가를 지향하던 신발 마케팅의 시대는 이미 과거로 흘러가버린 셈이다.

그 중에서도 신발의 최소주의를 주장하는 두 업체의 지속적인 움직임도 관심을 끈다. ‘신발의 최소주의’란 미국의 마라톤과 조깅계에서 나온 말이다. 신발을 신고 뛰거나 걷는 것이 실제로는 별로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편하고 부상을 줄이지 못하자, 이제는 맨발로 뛰거나 최소한 맨발과 같은 신발을 신고 뛰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생겨난 말이다. 그중에서 맨발로 뛰는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현재 가장 많이 비교되는 신발은 핀란드에서 개발된 필맥스의 ‘맨발신발’과 미국 비브람의 ‘파이브핑거스’이다.

필맥스는 부드러운 고무밑창이 1mm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마라토너들이 800km이상을 뛰고 달릴 정도로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신발의 경우 400-500km를 달리면 마라톤화로서의 기능을 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파이브핑거스는 강한 고무재질로 되어 4-5mm두께의 밑창이지만, 발가락양말처럼 신발도 다섯 발가락이 드러나 있다. 두 회사의 마케팅 포인트는 ‘현존하는 최고의 맨발과 같은 신발’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비브람은 맨발걷기의 건강성과 척추 질병 예방에 효과적임을 의학적 근거를 가급적 많이 발굴하고, 권위있는 하바드의대의 리버만박사나 150킬로미터 이상을 맨발로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들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필맥스는 마라톤보다는 생활명상으로 자연과의 합일을 통한 웰빙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신발의 개발방향도 가급적 자연을 최대한 느낄 수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맥스사는 소재를 더욱 강화하는 작업이 완료되어, 지금보다 더 얇으면서 더 강화한 제품을 다음 시즌에 출시할 것이라고 하였다.

똑같이 어느 과학적 신발보다도 ‘맨발과 유사함’을 강조하는 두 신발업계가 지향하는 바는 극과 극처럼 다르다. 비브람은 150킬로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들에게 마케팅의 포인트를 두고 있다. 반면에 필맥스는 ‘틱낫한스님’과 같은 ‘걷기명상’에 중점을 두면서 올레길.둘레길을 걷고자하는 ‘생활체육’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중점을 두고 있다.

신발의 최소주의를 부르짖으면 이처럼 지향하는 바가 하늘과 땅처럼 다를 수 있는 것은 ‘맨발의 완벽함’을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