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져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걷기’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걷는 길이 조성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 전체가 ‘둘레길’로 둘러싸일 전망이다. 최근 부산시에서 조성한 도보 탐방로는 ‘이기대길’을 비롯해 184개, 길이로는 863㎞다. 환경부는 2008년부터 경북 안동시 ‘퇴계 오솔길’ 등 21곳에 463.9㎞를 만들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도 2009년부터 경북 영주시 ‘소백산 자락길’ 등 19개 777.7㎞의 걷는 길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국토해양부 등도 각자 부서의 특성을 살려서 온 국민이 같이 할 수 있는 도보길을 만들고 있다. 지방자치 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조서하고 있는 길을 제외하고 중앙정부에서만 계획하고 있는 ‘걷는 길’을 파악해보면 2019년까지 9004.1㎞가 새로 생긴다. 지방자치 단체가 조성하고 있는 길까지 포함하면 넉넉히 10,000km는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길들은 대체로 자연적으로 있던 길을 연결시키거나 약간의 편의를 위한 길이었다면, 요즘 조성되는 길들은 ‘관광산업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면이 있다. 하지만 ‘걸음으로서 자연과 더 가까이 가고, 삶을 돌아본다’는 ‘순례하면서 걷기’의 본래적인 의미를 퇴색시킬 수는 없다. ‘걷기’는 이전의 ‘과시하면서 즐긴다’는 다른 레져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서 아웃도어 용품업계도 부산하다. 등산용품에서 ‘걷기용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상품을 내놓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기존의 등산용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의류나 배낭도 여전히 등산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은 신발이다. 바위가 많은 한국의 산에 편하게 미끄럼방지 밑창과 발목을 높여 ‘삐임’을 예방한다는 등산화위주에서, 이제는 가볍고 발목높이를 낮춘 ‘걷기전용’ 신발이 출시되고 있다.

‘자연에서는 자연스럽게 걷자’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필맥스사’에서는 신발도 이제는 ‘자연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숲을 걸으면서 도심 한가운데의 포장도로를 걷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진정한 걷기가 아니라고 홍재화사장은 강조한다. 발은 가장 직접적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신체의 부분인데, 우리는 여전히 발을 온갖 과학적이고 인공적인 기능을 핑계로 고무와 플라스틱으로 발을 감싸고 있다. 핀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필맥스사는 부드럽지만 내구성이 매우 강한 밑창 두께 1mm의 신발을 내놓으면서, 인체의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력 회복이라는 마케팅 컨셉으로 한국시장을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이 신을 신은 사람은 등산화나 워킹화를 신은 사람처럼 걷는 속도를 빨리하기 어렵다. 대신에 발바닥에서 전해지는 자그마한 돌이나 낙엽의 느낌까지 받으면서 그야말로 맨발로 자연을 걷는 듯한 기분을 전달해준다. 단지 보이지 않는 위험물로부터 부상을 예방함을 목적으로 한다. 필맥스의 ‘맨발신발’이 추구하고하 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공, 최대한의 자연’이다. 하지만 그렇게 얇으면서 강한 재질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걷는 것이 자연과의 친화’를 원하는 현대인의 갈망이라면, 이제는 신발도 본격적으로 ‘자연주의’를 추구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