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지리학’이 온 세상의 발전을 상징하던 때가 있었다. 그 것은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미국의 피어리가 북극점을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할 때까지만해도 지리학은 무한히 발전할 것같았다. 하지만 인공위성의 발명과 더불어 지리학은 더 이상 지구상의 새로운 지도를 찾아 낼 수가 없어졌고, 지리학은 ‘지도학’으로 소멸하였다. 이미 찾아낸 신천지의 세세한 길을 찾아내는 기술이 되버린 셈이다.

‘패션’은 더욱 그렇다. 패션은 주기적으로 ‘복고풍’을 유행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 것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을 때 찾아내는 것이 과거에 존재했던 복장중에서 현대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 ‘복고풍’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복고풍’이 유행할 때는 한 시대의 패션감각이 종말을 고했고, 새로운 디자이너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제 신발에서도 그런 경향이 보인다. 바로 ‘맨발’이다. 신발은 인류가 발생한 이래로 변화가 거의 없던 발명품중의 하나이다. 이집트의 벽화에서 나오는 ‘샌들’이나 현대의 샌들이나 디자인과 기능상에서 별차이가 없고, 우리의 ‘짚신’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다가 아디다스와 푸마가 스포츠화를 만들어 내면서 변화가 시작하였고, 나이키가 고무소재의 신발을 만들어내면서 다양화하기 시작하면서, ‘유행’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래보아야 아디다스가 스포츠화을 만들기 시작한 지 60여년, 나이키가 시작한 지 40여년에 불과하다. 그 짧은 기간동안 신발산업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온갖 소재와 첨단 기술을 접목시켜가며 발전하였다. 그런 신발이 이제는 ‘맨발’이라는 개념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최근 신발업계는 ‘얼마나 맨발에 가까운 가?’가 마케팅의 쟁점이 되었다. 그리고 기능성을 강조하는 것이 ‘워킹화’이다. 뭐가 새롭지? 전혀 새로운 면이 없다. 오히려 근대사로 역사의 필름이 돌아가서, 우물가에서 물을 떠서 먹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원래 인간은 맨발이었고, 신발은 길거리의 위해물로부터 부상을 막아주어 걷기에 도움이 되는 그런 물건이었다.

5000년전의 이집트 문명이나 우리의 고대사때부터 있어왔던, 애초부터 신발은 맨발의 보조용이었던 것이 마치 이제와서 대단히 새로운, 그러면서 굉장히 발전한 것처럼 우리에게 느껴진다. 그 것은 지리학이 신대륙을 발견할 수 없어진 것처럼 신발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기능을 찾지 못한 것과 같고, 패션에서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리학의 종말이 거대한 대륙의 발견에서 미세한 길거리를 지도상에 그려넣는 지도의 발전으로 변했고, 섬유산업의 발전은 결국 수천년전에 만들었던 비단처럼 인간의 몸과 잘 조화를 하는 실을 발명으로 돌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발은 새로운 기능성을 발견보다는, 하이힐처럼 인간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맨발과 같은 편안함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킬힐’이 사라지고, 높고 두터운 쿠션을 넣은 기능화가 사라지는 대신에 ‘맨발과 같은 워킹화’가 대세를 만들어 가는 것은 분명 ‘신발의 종말’이 왔음을 보여준다. ‘맨발신발’은 걷기의 본질로 돌아가는 새로운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