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신발, 소비자의 관념을 넘어서는 게 관건

세상은 돌고 돈다고 하더니, 신발도 별 수가 없나보다. 불과 100년전만해도 맨발로 생활하는 게 당연했고, 아직도 지구인의 40%는 맨발로 다니지만, 그간 신발의 발전은 눈이 부셨다. 천연소재가 아닌 인공소재를 사용하고, 신발에 쿠션이라는 생각을 처음 넣은 나이키가 운동화를 만든지 불과 40여년. 그전에도 아디다스와 푸마가 축구화, 육상화와 같은 운동화를 만들기는 했지만, 대체로 천연소재를 가공한 것이었고, 발바닥이 두툼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난 40년동안 신발업계는 단순히 지면으로부터의 충격을 보호하고 운동성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떠나 그 이상을 추구하였다.

최근 시장에 출시된 제품을 보면 얼마전까지만해도 유행하던 마사이신발은 인간 본래의 맨발걷기와 같은 보행자세를 회복시켜준다고 밑창을 둥글게 만들었고, 뒤꿈치에 건전지를 넣어 성장판을 자극하여 키를 크게 한다는 키크는 신발, 신동엽신발로 유명했던 스프링신발, 자연으로 돌아가 페로몬분비를 촉진한다는 닥터 세로톤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로 다양하고 나름대로 과학적인 신발들이 출시되었다.

그러더니 2009년부터 이태리의 비브람과 핀란드의 필맥스에서 ‘맨발과 같은 신발’, ‘신발의 최소주의’, ‘자연주의적 신발’를 표방하면서 신발의 맨발화를 그들의 마케팅구호로 내세웠다. 애초에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우선 신발의 개념이 매우 생소하였던 데다가, 이제는 신발이 마치 제2의 피부가 된 것처럼 신발을 신지 않고는 활동을 할 수없다고 여기게 된 소비자들의 인식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맨발의 건강성을 강조하면서 맨발이 운동화보다 낫다는 의학적 연구자료를 근거로 한 ‘신발이 내 몸을 망친다(청림출판)’ 와 실제 150킬로미터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들의 경험담을 쓴 ‘본투런(페이퍼로드)’와 같은 책들로 발간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2011년부터는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머렐등 왠만한 신발메이저들은 모두 ‘맨발과 비슷함’을 내세우는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맨발로 걷기를 두려워하거나, 안전상의 문제로 맨발로 다니기를 꺼려하고, 신발 신기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마치 발가락양말이 건강에 좋은 것을 모두 알면서 남들이 신지 않기 때문에 신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여 매우 낮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수만년동안 맨발로 다녔던 인류가 이제는 수십년에 불과한 신발 때문에 맨발로 걷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고정관념을 어떻게 부수는 가에 따라 ‘맨발과 같은 신발’들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