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겨울이 다가고 봄이 왔다. 봄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잘 겪는 병아닌 병이 있다. 바로 춘곤증. 영어로 Spring Fever (봄의 열기)라고 하지만 외국 사람들에게는 별로 화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특히 열대지방이나 한대지방처럼 계절의 변화가 없는 곳에서는 있지도 않은 일종의 한국사람만이 유난히 겪는 엄살같은 병이다. 이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는 봄이 온다는 느낌 때문에 신체가 겪는 피로감이다.

춘곤증이란 겨울동안 움츠렸던 인체의 신진대사가 봄을 맞아 활기를 띠면서 생기는 피로감이다. 겨울에 땅이 얼렸다 풀리는 것처럼 인체도 봄이 되면서 풀리는 데, 이 때 피부속에 축적되었던 노폐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위해서 에너지를 사용한다. 인체 에너지가 활성화되면서 혈액순환 기능과 소화기능이 약해져 자연히 졸리고 나른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안에 있는 에너지를 ‘기(氣)라고 하는 데, 봄에는 봄이 되어 몸 밖으로 나쁜 기를 내보내기 위하여 기가 쏠리게 되면 자연히 다른 부분은 기가 부족해져서 몸의 균형이 맞지 않게되고 피로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춘곤증을 극복하는 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데, 가장 많이 권하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고, 그 중에서도 ’걷기‘를 으뜸으로 꼽는다. 특히 몸의 혈액 순환에 좋은 ’맨발걷기‘를 권할 만하다.

박동창이 지은 ‘맨발로 걷는 즐거움’에 의하면 걸을 때 발을 땅에 디디면 몸의 중량으로 인해 발에 분포된 혈관이 수축되고 발을 땅에서 떼어 들어올리면 그 누르는 힘이 없어져 혈관이 팽창하게 되는 데, 이 발바닥 현관의 수축과 팽창의 반복작용으로 인해 혈액은 발바닥에서 심장으로 다시 올라갈 수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 것이 바로 걷기의 혈액펌핑기능이고, 그래서 통상 ‘발은 제 2의 심장’이라고 일컫어 지기도 하는 데, 맨발걷기가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한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맨발로 걷다보면 땅의 미묘한 온도차이를 발로 느낄 수있어 대지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아, 봄이 왔구나!’하는 탄성을 지를 수있다. 흙길을 걷다보면 아직 땅이 차갑게 느껴질 수있는 데, 이럴 때 약간 쌓여있는 낙엽위나 햇볕을 잘 받은 바위위에 올라서면 발바닥은 금새 따스함을 느끼면서 봄 흙길의 간지러움을 만끽할 수있다.

이 봄, 두터운 등산화를 벗어버리고 한국사람만이 느끼는 춘곤증을 한국의 산에서 맨발로 이겨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출처 : http://knps.tistory.com